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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흑백사진 (올림푸스 E-M5 MarkII)

 
흑백사진을 정말 좋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컬러사진에 집중하곤 하는데
나는 흑백사진이 훨씬 더 좋다.
특히나 인물사진을 흑백으로 작업하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나만의 흑백사진 느낌을 완성하는 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흑백필름인 Ilford Delta 100 필름의 느낌을 살리는데 디지털카메라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미 라이카에 흑백전용 디지털카메라가 있긴 하지만
몇 번 촬영을 해 보니 RF는 근접사진과 망원사진을 주로 찍는 나에겐 무용지물이었고
최근 펜탁스에서 흑백사진 전용 DSLR을 발표했지만
주문하고 받는데만도 6주 이상이 걸리는 상황이고
낯선 펜탁스 렌즈군을 완성하는데 너무 많은 지출도 필요해서 생각을 접은 상태다.
게다가 아쉽게도 135mm 풀프레임으로 출시된 게 아니라 1.5 크롭바디로 나온 점도 쉽게 마음을 접는데 한몫했다.
디지털 흑백사진을 찍으며 가장 만족스러웠던 카메라가 딱 두 대 있었다.
한대는 시그마의 dp2 Quattro였고
또 한대는 올림푸스 PEN-F였다.
dp2 Quattro는 하이엔드 디카컨셉에 뷰파인더 촬영이 불가능했기에 정이 오래가지 않았다.
올림푸스 PEN-F는 당시 엄청 맘에 들며 사용했었지만
부실한 밝은 단렌즈의 부재로 아쉽게도 마음을 접었던 기억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올림푸스가 카메라 사업을 접은 후
써드파티에서 저렴하고 조리개가 밝은 수동 단렌즈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재 올림푸스 PEN-F를 다시 구하다가 너무 안 구해져서 포기하고
올림푸스 E-M5 MarkII를 사용하고 있는데
PEN-F에서 보여주었던 코닥 Tri-X 느낌의 흑백사진은 E-M5 MarkII에선 불가능해서 아쉬울 따름이다.
후보정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지만 장비 탓을 제외하고,
디지털카메라에서 흑백필름 수준의 결과물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고 대안이 없기에 아쉬움을 안고 디지털로 흑백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흑백필름은 간헐적으로 쓰고 있지만 컬러든 흑백이든 필름 유지 비용이 꽤나 높아 맘놓고 쓰고 있지 못하다.
그러함에도 즐거운 건,
디지털로도 나름의 흑백사진의 느낌을 낼 수 있기에 
한계가 있어도 디지털카메라로 꾸준히 흑백사진을 찍으며 작업하고 있다.
하지만 만족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맘에 든다기보다는 맘에 안 드는 부분을 줄여가고 있다는 게 적당한 표현일 것 같다.
한계는 있지만 어느 정도의 흑백필름의 느낌을 낼 수 있기에
나는 계속해서 흑백사진을 찍고 있다.
그 작업은 꽤나 재미있다.
흑백으로 세상을 보고 흑백으로 사진을 남기는 일이 얼마나 매력적인 행위인가.
사진은 즐거워야 한다.
흑백사진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