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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다시 사진 (캐논 5D)

 

 

올봄부터 뭐에 씌었는지 갑자기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사진 모임 세 개를 가입해서 활동해 왔다.

어젯밤 불현듯 지난 봄날의 사진들을 다시 보고 싶어 져서 

3월부터 6월까지 찍은 사진들을 쭉 감상해 보았다.

아,

뭔가 허전했다.

늘 마음은 자연이었지만 

사람관계에 둘러싸여 쓸데없는 신경을 쓰느라 

더 진실한 나만의 사진을 찍지 못했다는 느낌을 깊이 받았다.

부질없었다.

사람이란 건 때가 되면 알아서 찾아올 것이거늘

난 왜 무슨 바람이 불어서 낯선 사람들과 억지로 친해지려 늘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어색한 친분을 쌓으려 했던 걸까?

지나간 4개월의 시간을 헛되이 보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밀려들었다.

물론 좋은 사람들도 만난 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 수가 채 5명도 되지 않는다.

4개월 동안 어림잡아 200명 넘는 새로운 사람들과 대면하게 됐지만

정작 그나만 괜찮다 싶은 사람은 5명밖에 추슬러지지 않는다.

나는 왜 한 동안 멀리했던 인간관계에 다시 눈을 돌렸던 걸까?

이성도 아니고 외로워서도 아닌 건 확실한데 

꽃이 피는 봄날이라 맘이 들떠있었던 듯하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남들 앞에서 늘 밝은 척, 괜찮은 척, 아무 문제없는 척, 연기하듯 나를 맞춰갔던 게 굉장히 피곤한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모든 문제는 대인관계로부터 나온다.

좋은 인간관계는 하늘에 별따기만큼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늘 나 스스로 잘 챙겨 오다가 올해 상반기 잠깐 무너졌던 듯하다.

다시 마음 다잡고 나의 생활에 집중해야겠다.

나를 챙겨주는 건 오직 나 스스로일 수밖에 없다.

그 누구도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관심도 없다.

그리고 이왕 사진기를 들고 다닌 것, 그 누구보다 나다운 사진을 찍고 싶다.

더 많이, 더 깊이, 내 마음의 이야기를 담는,

맑고 긍정적인 사진들을 찍기 위해 다시 사진을 시작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