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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카사진 - 한 롤 이야기

(필름사진) 한 롤 이야기 - Kodak Gold 200 - Nikon F100

현재 카메라 정리 중이다.

현재 필카 두 대를 판 상태이고

한 동안 안 쓰던 Olympus OM-1을 꺼내 들고 동작대교로 향했다.

이 날 구름이 멋졌기에 필름으로 꼭 담고 싶었다.

그런데!

멀쩡했던 이 카메라의 노출계가 작동되지 않았다.

중고 필름카메라를 오랫동안 안 쓰면 어딘가 고장이 난다.

작년에도 이런 상황으로 필카 두 대가 고장 나서 수리해서 썼던 기억이 있다.

그때 수리한 필카는 이번에 중고로 판매했다.

 

암튼, 휴대폰 노출계 앱을 받아서 촬영했다.

근데 좀 찜찜해서 몇 컷 찍다가 멈추고 디카로 사진을 담았다.

멈춘 필름은 니콘 F100으로 옮겼다.

Olympus OM-1은 그냥 다른 중고를 하나 더 구매했다.

마침 28mm 렌즈와 함께 저렴하게 올라왔길래 냉큼 구매했다.

내일 배송이 올 텐데 판매자가 카메라를 잘 모르는지라 정상작동유무를 몰라 싸게 올렸단다.

그래서 그냥 렌즈 하나 구매했다는 생각으로

만약 OM-1이 정상 작동 하지 않으면  수리를 맡겨서 쓸 생각이다.

내가 단 한대의 필름 카메라를 써야 한다면 의심 없이 Olympus OM-1이다.

 

 

 

 

 

내가  Olympus OM-1에 집착하는 이유는 다음 두 가지 때문이다.

시야율 97%에 당시 SLR 뷰파인더보다 뷰파인더가 70% 정도 더 크고 0.92x의 배율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엄청나게 크고 밝고 시원하다는 것이다.

요즘에도 타 뷰파인더와도 맞먹는 엄청난 크기의 펜타프리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완전 기계식 카메라. 

배터리는 노출계를 작동하는데만 쓰인다.

100% 기계식 바디는 추운 겨울의 날씨에도 끄떡없다.

추운 날 전자식 바디인 Olympus OM-4Ti를 들고나갔다가 한 컷 찍고 바디가 고장 난 경험 이후로

겨울엔 더더욱 OM-1이 간절해진다.

 

 

 

 

 

 

F100에 OM-1에서 5컷 찍고 만 필름을 옮겨 넣고 길을 나섰다.

햇살이 너무 맑아서 일몰 즈음의 한강 풍경을 담고 싶었고,

동작대교가 아닌 동호대교가 보이는 서울숲 쪽으로 향했다.

해가 지기 1시간 전, 햇살은 너무나 황홀했다.

응봉역에서 내려 서울숲을 거쳐 일몰 포인트로 향했다.

 

 

 

 

 

아주 정확한 시간에 오늘의 사진 포인트인 장소에 도착했다.

황금빛 햇살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서울 지리를 잘 모르던 예전엔 여기가 어딘지 저기가 어딘지 그냥 사람들 따라 사진을 찍고 뒤풀이로 향하는 장소가 많았다.

코로나 19 팬데믹이 터진 후부터 혼자 사진을 찍으러 다니면서 

가는 곳마다 '아, 여기 예전에 와 본 그곳이구나'하는 장소가 정말 많았다.

감회가 새로운 서울 포인트들이 혼자 사진기를 들고 돌아다니니 

그제야 편안한 시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렇게 3년 이상 돌아다니며 이젠 

서울 나가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내가 때에 맞춰 갔다 올 수 있는 장소들을 다 만들어 놓을 수 있었다.

이젠 혼자 사진 찍는 편이 정말 편하고 이롭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뷰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아 사진 포인트는 아닌 곳이다.

그저 동네 사람들이 산책을 하는 강변길인데

조금 위쪽으로 올라가면 유명한 뚝섬 한강 공원이다.

봄에 한창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뚝섬 한강공원인데

그곳에서의 한강 뷰도 참 좋지만 거긴 사람이 참 많다.

난 한적한 이곳이 훨씬 더 좋다.

 

 

 

 

 

 

해가 산 너머로 넘어가고 일몰시간이 10분 내외로 다가오니 빛이 순식간에 변했다.

필름을 남기고 내일 더 찍을까 아님 일몰 후 풍경을 다 담고 필름을 스캔 맡길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찍기로 했다.

 

 

 

 

 

필름이 4~5컷 정도 남은 상황에서 주변은 거의 어둠이 깔리는 중에 사진을 더 찍을까 고민을 하며

응봉역 쪽으로 걸어가는데

그냥 아무거나 찍고 필름 스캔 맡기자 생각하고 나머지 필름을 찍었다.

 

 

 

 

 

필름을 맡기러 가려 전철을 기다리는데 마지막 컷이 오늘 찍은 사진 중 딱 두 컷이 맘에 들었는데 그중 한 컷이 바로 아래컷이다.

그냥 필름 날릴 겸 가벼운 마음으로 막 찍었는데 꽤 맘에 드는 사진이 나왔다.

원래 필름사진의 우연은 이렇게 발생하는데 오늘 고민의 결정 속에서 이런 우연한 결과물이 나왔다.

이런 재미가 사진을 찍는 재미도 한 껏 올려준다.

 

 


코닥 골드 200 필름이 너무나 맘에 든다.

가장 좋아하는 포트라 400 필름의 가격이 꽤나 높아졌기에 이젠 쓰기에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사진은 부담 없이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부터 찍으러 다녀야 하는데 부담이 되는 부분은 선택하지 않는 편이 나은 듯하다.

그래서 선택한 코닥 골드 200.

때 마침 겨울이라 더 코닥 골드 200의 결과물이 더 멋지게 표현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올 겨울은 한 동안 코닥 골드 200으로 계속 찍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