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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카사진 - 한 롤 이야기

[Kodak Tri-X 400TX] 한 롤 이야기

오랜만에 흑백필름을 써 보았다.

사실 작년에 필름을 주문할 때 한두롤씩 흑백필름을 사두었는데

거의 찍지 않아서 요즘은 억지로라도 써보려고 한다.

그렇게 식물원에 가서 흑백필름으로 사진을 찍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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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시작은 '흑백사진'으로부터이다.

당연하게도 시기상 흑백필름이 먼저 나왔고 컬러필름은 그 후이다.

그렇기 때문에 흑백필름은 상당한 사진의 기술적 매력을 품고 있다.

컬러 사진에서는 뭍힐수도 있는 빛과 그림자로 표현되는 사진의 미학은 어쩌면 지금까지도

모든 사진을 지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사진은 왜 찍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첫 컷이라 흥분감에 셔터를 막 누른 느낌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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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식물원에서 흑백필름으로 찍는다는 건 큰 모험일 수도 있다.

빛마저 선명하지 않다면 그냥 평면적이고 무겁고 어두운 사진이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 날은 빛이 정말로 좋아서 빛의 세밀한 부분을 이용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 되어 주었다.

빛이 강하게 들어오는 천장 통유리를 향했고

하단에 퍼지는 플레어마저 느낌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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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 높이에서 잎에 얹혀진 빛을 담고 싶었다.

역광임에도 빛과 그림자가 잘 표현된 것 같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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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천장에서 쏟아지는 빛을 향해 수직으로 올려다보고 찍었는데

노출을 조금도 높일걸하는 아쉬움이 드는 사진이다.

철망 위에 얹혀진 잎들을 역광에서 좀 더 밝게 담고 싶었는데

역시 역광에서의 노출은 여전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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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진이다. 그냥 빛의 흐름이 좋아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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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대공원 식물원에 오면 이 통로와 마주하게 되는데

빛이 잘 드는 여기를 볼때면 늘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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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에서 식물을 흑백으로 담는데는 명확한 컨셉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연의 사진만 남을 뿐

내가 의도한 사진을 담기 어렵다.

사진을 쭉 보다보면 느끼겠지만, 사진은 빛이다.

빛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담느냐에따라

피사체는 사진에서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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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의 느낌을 담고 싶었다.

줄기와 잎들의 방향성을 따라 얹혀진 빛의 선들이

담으려는 구도를 풍부하게 강조하며 잘 표현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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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다.

고양이가 저기 있었는데 구도 잡고 노출잡고 초점 잡으려할때 가버려서 대신 찍었는데

역시 난장판이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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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진은 컬러든 흑백이든 내가 늘 잘 담는 스타일이다.





요건 노출오버를 좀 더 했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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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번 롤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사진이다.

이 날 내가 찍으려 했던 느낌에 가장 부합되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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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사진은 흑백필름으로 찍으면 안되는 사진이었다.

꽃은 진한 붉은색이고 잎도 진한 녹색이다보니

두 색 간에 노출차가 거의 없어 찍으나 마다 한 사진이다.

사실 디지털로 흑백사진을 찍을때는 RAW 파일로 찍어서 후보정을 하는데

포토샵(라이트룸)의 HSL 기능을 이용하면,

색상별로 노출을 조정할 수 있어 가능하다.

붉은색의 밝기를 올리고 녹색의 밝기를 낮추면 된다. 디지털의 장점이다.

허나 필름에서는 그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필름으로 사진을 찍을 때 알아야 할 사진 지식으로는

색상별 고유 노출치를 알아두면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Gray를 0으로 잡았을경우,

Red,Green,Blue등은 -1,

Yellow는 +1,

Magenta는 -2등

색상마다 일반적인 노출치가 존재한다.

이는 주변 빛의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지만

사진을 찍을 때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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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에도 고유의 매니아들이 있다.

많은 종류의 사진이 있지만, 시대가 많이 흘렀음에도 흑백사진에 대한 매니아는 끊이지 않고 늘 존재하며

흑백사진만의 풍부한 매력에 빠져 사진을 계속해나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흑백사진은 모든 사진의 시작이자 끝이라 생각한다.

사진에도 지식이 필요하고 경험을 통한 지식의 습득은 사진 실력을 높이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진은 도서관에서 공부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실력은 공무원 시험 준비하듯 공부한다고 느는것도 아니다.

늘 찍고 실패하고 경험하고 보완하며 자신만의 사진을 시간 위를 걸으며 경험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 첫걸음이 당연히 그리고 여전히 흑백사진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은 결국, 원래, 처음부터 빛을 다루는 예민하고 정교한 예술이다.

예술을 취미로 즐기고 있다면 그래도 최소한의 사진 지식은 있어야 한다.

사진에 있어서 경험은 절대 무시 못할 소중한 지식이다.

흑백사진은 그 시작이고 언제나 완성이다.





사진은 실패하면 실패할수록 는다.

하지만 실패할만큼 많이 찍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니 주변에 사진 좀 찍는다고 인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존중해주고

필요하다면 그 사람과 사진을 자주 같이 찍길 바란다.

그렇게 사진을 배워나가면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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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이라 그런가 이번 한 롤 이야기는 말도 많았고 좀 무거운 얘기도 많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