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고
미세먼지가 일주일에 몇 일은 이어지니
사진 찍으러 갈 일은 현저히 떨어지고
게다가 필름으로 사진 찍을일은 거의 없다보니
이 겨울은
유난히 삭막하고 무료한 느낌이다.
오랜만에 을왕리해수욕장에 갔다.
사실 얼마전에 갔을 땐 너무 흐려서 사진을 찍는둥 마는둥 했었지만
이 날은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푸르고 햇살도 반짝반짝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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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도 일요일임에도 여지없이 미세먼지와 스모그로 최악의 날씨였지만
토일 연속 집에만 있기에 너무 허무해서
마스크를 쓰고 일요일 오후 잠깐 나왔다.
역시나 사진은 우울하고 축쳐진 느낌 그대로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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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동안 이어진 최악의 미세먼지의 날이 이어지다가 처음으로 푸른 하늘이 열린 날이었다.
푸르고 맑고 멋지게 열린 늦은 오후의 하늘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중국발 미세먼지가 증오심이 생길만큼 더욱 싫어진 날이었다.
아름다운 우리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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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별다른 약속이 없었다.
사실 올해부터는 출사도 많이 나가고
사람도 많이 만나려했는데
막상 현실은 보기 싫은 사람들이 모이는 출사 뿐이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사람들과 함께하러 가기 싫었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연락이 온 지인과 생각이 맞아
커피도 마시고 서해 일몰도 보고 왔다.
마음은 동해였으나 동해는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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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후 2~3시쯤 하늘은
하얀 구름이 물감 퍼지듯 먹구름 비슷하게 드리워지고 있어서
거의 포기상태였는데
오후 4시쯤 넘어가니 구름이 뭉실뭉실
햇살은 찬란하게 비추고 있었다.
고맙고 마음이 즐거워지는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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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해가 떨어지는 드넓은 해변을 바라보고 있자니
역시 사진은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해야 오래 오래 좋은 마음을 간직할 수 있구나란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사진은 사람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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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란게
사진만을 찍기 위해
어떤 시간 혹은 어딘가로 떠나는 건
그리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그건 이미 사진기를 처음 들고 다니던 20대 후반이나 삼십대 초반쯤 했을 일이다.
지금 나에게 사진은
사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한다기 보다는
지금의 내가
누군가와 함께 기억될 아름다운 시간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순간을 담는 일이 되었다.
사진은 잘 찍고 못 찍고는 점점 무의미해지고
이제 사진의 가치는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 순간,
사진을 통해 그 때 그 곳의 기억들이 다시 만나게 되는
사람과의 추억이 되고 있다.
나는 유행에 따르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따르는 사진을
앞으로도 계속 찍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