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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흐린 겨울 어느날이었다.
다소 춥고 다소 흐리고 다소 깔아지는.
수원에 있는 2층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셨다.
주택 구조를 그대로 살려서 운영하는 커피숍이라
햇살이 눈부신 날 오면 환상일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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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은 언제나 어디서건
그 빛의 부드러움에 빠져든다.
해갈 질 때 밀려오는 그 쓸쓸한 감정이란
또 시간이 흘러도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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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아침 브런치였다.
내가 원한건 빵에 계란 후라이가 올라간거였는데
정작 시킨건 계란토스트.
토스트 안에 햄이 들어가 있고
빵도 질기고
딱 내가 안원하는 스타일.
나는 계란 후라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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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누굴 만나고 이른 귀가길.
해는 아직 밝았고
눈은 안구건조증으로 매우 피로했으며
몸은 축 쳐져있었다.
햇살에 기대어 쉬고 싶은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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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 상당히 많은 눈이 내렸다.
물론 그게 전부였지만
그래도 눈이 내리니 기분이 좋았다.
올 겨울은 눈이 내렸던가 싶을 정도로 눈이 안왔다.
해가 갈수록 겨울 다운 겨울이 실종되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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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즘은 딱 어중간한 계절이라
사진을 찍으러 어딜 가기도 애매모호한 시기이다.
주말 낮에 오이도에 갔다.
이제 봄이 오려는 듯 바닷바람은 꽤 불었지만 춥지 않고 포근했다.
바다에 물이 빠져있을 때라 그게 매우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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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도에 가면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바닷마을에 가고 싶은 욕구가 늘 생긴다.
오이도는 바닷마을이 아니라
길 따라 쭉- 조개구이 칼국수집들 뿐이라
바다라는 정취를 느끼긴 힘들다.
항구에 가고 싶다.
바닷마을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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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출사에 나가면 몇 몇 사람들이 가끔씩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필름 스캔이 나오면 그냥 올리는지 아님 후작업을 하는지.
거듭 강조하지만
필름 스캔본은 내 사진이 아니다.
스캐너가 스캔기사가 보기 좋게 만들어놓은 것일 뿐
내 색감과 느낌을 살려서 후작업을 해야만 한다.
디지털도 마찮가지이다.
가끔씩 내가 찍을 때 원했던 느낌이 그대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그냥 올린다.
즉, 사진은
내가 찍을 때 담고 싶었던 느낌을 기억하고 표현하고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