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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카사진 - 한 롤 이야기

[필름사진] 한 롤 이야기 [Kodak Proimage100][Canon EOS3]

사실 요즘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사진도 잘 안 찍고 있고

그냥 지나간 영화나 다시 보면서,

새벽에 카타르 월드컵 경기나 보면서,

그냥 그렇게 지내다가

문득 물이 보고 싶어 져서 가까운 서울대공원을 또 찾는다.

좀 그렇다.

경기도에 살면서

서울 나가기는 부담되고

경기 남부로 가자니 너무 멀고

딱히 주변에 사진을 즐기기 좋은 곳도 마땅히 없지만

유일하게 나를 반겨주는 곳, 과천 서울 대공원.

그래서 매주 시간 날 때 마다, 일 년 내내 찾아갈 수밖에 없다.

왜 이렇게 서울 대공원 사진이 많은지는 설명이 될 것 같다.


대공원 테마파크에 들어가서

조용히 앉아 있다가

천천히 호수 주변을 한바퀴 돌다가

다시 호수가를 따라 돌아오며 사진을 찍는다.

별로 많이 찍을 것 같지 않아서 필름 카메라를 들고 갔는데

마침 챙겨간 줌렌즈가 딱 편한 풍경이었다.

호수는 평화로웠다.

 

 

 

 

 

겨울이라서 해 지는 시간이 참 빠르다.

조금 시간을 보내면 어느 새 해가 지려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햇살이 참 멋졌다.

 

 

 

 

 

 

겨울 오후, 참 많이 찍은 것 같은 느낌인데

필름 사진은 생각보다 몇 장 안된다.

필카는 묘한 매력이 있다.

디카는 버리는 사진이 많지만

필카는 찍을 때부터 한 컷 한 컷 그 특유의 강렬한 셔터 소리와 함께 진하게 느낌으로 남는다.

 

 

 

 

 

 

겨울을 싫어한다.

그래도 겨울 중 유일하게 좋아하는 건 눈 내리는 풍경이다.

눈이 내린다는 예보를 보고 사진기를 들고 나왔다.

이른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멀리는 못가고

그렇다고 달리 가고 싶은데도 없었지만

유일하게 눈이 내릴 때 찾는 곳이 서울대공원이다.

물론 눈 때문만은 아니라도 일 년 내내 매주 시간 날 때마다 찾는 곳이긴 하다.

그러니깐 눈이 오면서

이틀 만에 다시 찾은 곳이다.

눈이 바람에 휘날리며 막 내리기 시작했고

그 돌풍 같은 겨울 눈 내리는 느낌이 좋았다.

 

 

 

 

 

한 20분 흘렀나?

많이 내릴 것 같은 눈은 금세 멈췄다.

아, 이렇게 끝났나? 싶어

남겨진 풍경처럼 작은 모습들을 담았다.

 

 

 

 

 

눈이 그치고

눈은 여기까지인가 싶어 그냥 한 바퀴 걷다 가야지하며 주변 풍경을 담는다.

 

 

 

 

 

오늘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이라서 그런 건지

눈을 몰고 왔던 구름과 안개 때문인지는 몰라도

몽롱하고 신비한 느낌을 주는 풍경이 참 좋았다.

마치 안갯속을 걷는 느낌이었다.

 

 

 

 

 

날이 매우 흐려서 짙게 깔린 늦은 오후는 어두웠다.

감도 100 짜리 필름인지라 셔터 속도가 거의 안 나와서 흔들리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컸는데

렌즈가 손떨림 보정이 돼서 그런지 다행히 흔들리지 않고 잘 나왔다.

 

 

 

 

 

풍경이 오묘했다.

안개로 평소 지저분했던 건물들과 뒷 산이 안보이니

평소에 보던 풍경과 다르게 다가왔고 느낌이 참 좋았다.

 

 

 

 

 

 

그래도 눈이 짧은 시간에 많이 내려서

겨울산의 모습이 구름 사이로 멋지게 펼쳐진다.

 

 

 

 

 

 

평소에 사진 다 찍고 나오는 장소인데

눈이 쌓이니 나름 예쁜 모습으로 변했다.

겨울을 유일하게 좋아하는 이유는 

이 눈이 내리면 평소와는 다른, 새로운 풍경이 펼쳐져서이다.

이래서 개인적으로 눈이 자주 내렸으면 하는데

사실 이제 겨울에 눈이 내리는 날이 한두 번이나 될까 싶은 한국이다.

 

오후 4시 반 즈음 필름 한 롤을 다 찍고

서울로 필름을 맡기러 갈까 하다가

앞 산을 보니 

뭔가 느낌이 왔다.

눈이 한 번 더 올 것 같은데!

그래서 30분 정도 기다리니

거짓말 같게도 더 많은 눈이 내렸고

그 풍경들은 보조로 가져 간 디카로 담았다.

새로운 필름을 넣고 찍기엔 감도 100 짜리 필름이라 셔속이 안 나와서 디카로 찍었다.


사실 작년 겨울까지만 해도 코닥 포트라 필름과 흑백 필름으로 찍어오다 보니

겨울에 코닥 프로 이미지 100 필름으로 찍은 건 처음이다.

난 시원한 파란 색상보다는 

따뜻한 노란 색상 취향이다.

그래서 코닥 필름 특유의 노란색과 주황색 발색을 좋아하나 보다.

흐린 겨울날 프로 이미지 100 필름 느낌은 참 좋았다.

뭔가 차분해지고 고요해지는 느낌이랄까?

좋다.

다음번 필름은 흑백 필름으로 찍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