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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

사진의 기술


사진은 전통적으로 예술로 분류되고는 있지만,
예술에도 개인화된 기술은 언제나 필요했다.
숙련된 기술이 없다면 예술로도 인정받기 힘들다.
이걸 우린 실력이라고 부른다.
실력엔 운도 따라줘야 하고
실력엔 타고난 재능도 상당히 중요하다.
아무리 열정을 다해 사진 찍는 연습을 해도 안 되는 사람을 보곤 한다.
한 마디로 길이 아닌 것이다.
개인적으로 즐길 수는 있겠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또한 타고난 재능을 지닌 사람도 있다.
나도 겪은 부분인데
나는 끊임없이 예술적인 감각을 숙련하고 발전시켜 나가며 단계적으로 내 사진 기술을 키워왔다면
그 사람은 처음 잡아 본 카메라로 뭐든 놀랄만한 사진을 찍어내곤 했다.
또한 실력보다는 재능으로 찍는 사람도 있었다.
사진의 차원이 달랐다.
그 사람은 빛을 보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빛을 자기가 원하는대로 사진기 하나로 통제 가능했고
거기에서 나오는 사진은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10년 정도 지난 이야기이다.
요점은,
사진을 단지 뭔가 취미를 하고 싶어서 선택했다거나
장비가 좋아서 사진을 핑계로 사진기에 취미가 붙은 사람들,
그리고 사진을 도구로 사람 만나고 즐기는 게 좋은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정작 자기 사진 기술을 키울 생각도, 노력도 할 생각이 없다.
내가 말하는 이제부터의 사진의 기술이란,
사진으로 사회적 제약없이 오직 자신만의 만족과 성취를 위해 사진의 능력 향상에 노력을 꾸준히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 사람들에겐 단계가 있다.
모든 장르를 다 찍어보게 된다.
노력과 생각과 목표가 있다면 그런 순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나서 모든 장르의 사진을 다 찍을 수 있는 기술적 단계에 도달하고 나면
초심으로 돌아와 자기가 찍고 싶은 사진에 남은 시간을 투자한다.
사진인들을 잘 보면 
뭘로 찍으나
어딜 가나
자신만의 스타일의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사진에 사회적 제약 없이 오직 자기 스스로의 성취를 시간과 함께 하며 이뤄낸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과 사진을 찍으면
사진을 시작하거나 실력이 늘지 않거나 사진의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위화감마저 들게 할 수 있다.
자기의 사진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사진을 찍어대니깐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나의 경험상
나도 참 많은 시간과 노력과 반복과 자기만족을 위한 투자를 했지만
여전히 빛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사람 앞에선 내 사진은 그저 작아지기만 한다.
참고로  그 사람은 
200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당신들이 카메라를 사기 위해 검색하다 보면 만나게 되는 글로벌용 브로셔의 사진들을 찍은 사람들이다.
혹자는 말한다.
브로셔에 올라가는 예제 사진들, 분명 후보정했을 거라고.
친분이 있어 거의 10년을 붙어 다니며 같이 사진 생활을 했는데
찍은 그대로로 브로셔에 올라간다.
난 후보정해도 그런 사진을 얻지 못했었다.


포기하면 빠르다.
난 그 사람의 사진에 따라갈 수 없음을 인지하고 내 수준에서 내 사진을 찍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십수년이 지난 지금,
내 사진의 기술은 뭘까라는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난 내 사진 중 맘에 드는 사진이 1년에 한두 장 있을까 말까 하다.
여전히 내 사진의 99%가 맘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후보정에 의지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입문자들에게 내 사진은 여전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20년 동안 거의 매일 사진을 찍으며 지내 온 나에게 지금 수준의 내 사진은 맘에 들리 없다.
여전히 늘 불만이고 뭔가 부족하고 내 뜻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게 단점이란 말이 아니다.
나는 사진에 질리지 않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추구할 목표가 여전히 저 멀리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을 목적으로 찍냐는 질문에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사회적 제약이란 말을 쓰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사회적 제약은 시대에 따라 매번 변화하지만 결론은 하나다.
남들에게 보여질 좋은 사진. 자랑하고픈 사진.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싶은 사진. 포트폴리오용 사진.
이런 모든 걸 떠나서
오직 자기 스스로의 만족을 향해 찍는 나에게
사진을 목적으로 찍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마무리하며,
사진의 기술은 반드시 필요하다.
사진의 기술엔 다음을 포함한다.
시간의 투자, 지속적인 노력, 사진 이론의 이해. 
이것들이 뒷받침 돼주지 않는다면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그저 SNS 채우기용 사진이나 
일상사진 수준이면 된다.
사진실력에 깊은 욕구가 존재한다면
위 세 가지를 실천하면 된다.
사진의 기술은 그냥 사진 강의 몇 번 듣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좋은 고급 신제품 카메라와 렌즈 구매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남들이 해 주지 않는, 오직 스스로, 지속적인 학습과 노력.
오늘 찍은 사진 한 장을 정말 멋지게 촬영했다면
그건 3~5초 만에 찍은 것이 아니라
나에겐 21년 하고도 수개월 + 3~5초 동안에 찍어낸 사진인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이 정도일 순 없다.
다른 길도 충분히 있을 것이고
시대가 바뀌면서 방법도 많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엔
이게 현재로선 사진 기술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닐까 한다.
모든 예술의 길은 힘들다.
더불어 모든 기술의 길도 힘들다.
단순한 길은 없다.
가볍게 즐기던가
개인적으로 사진에 있어 뭔가 뛰어난 수준을 얻고 싶다면
반드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은 맞을 것이다.